꽃, 나무, 돌 등의 천연 소재로 꾸민 집비가 촉촉하게 창밖을 적시는 주말 오후 이혜선 씨네 집을 찾았다. 반갑게 맞이하는 그녀 뒤로 오늘 같은 날씨에 딱 어울리는 재즈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집은 이미 완연한 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결혼해서 세 번째 이사를 앞두고 이혜선 씨 부부는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아 나섰다. 플로리스트 출신인 아내와 건축가 남편은 타샤 할머니처럼 작더라도 마당을 직접 가꾸는 소소한 즐거움을 희망했던 것. 하지만 우연히 동생이 사는 아파트에 왔다가 대면형 주방에 마음을 뺏겼다. 꼭대기 층이라 층고를 높여 탁 트여 보이는 거실도 결정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그때부터 그녀는 마당 있는 집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아파트에 자신의 스타일로 옷을 입혔다. 편안한 느낌의 에코 하우스를 컨셉트로 정하고 꽃다발을 만들 때처럼 공간이 복잡해보이지 않도록 3~4가지 컬러를 제한하는 원칙을 세웠다. 전세로 들어온 터라 인테리어 공사 대신 발품을 팔아가며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가구와 패브릭을 맞추는 홈 드레싱만으로 집을 알뜰하게 꾸몄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집안 곳곳에 식물을 놓고 나뭇가지와 돌멩이, 솔방울 등 자연에서 얻은 천연 소품을 더해 가을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에코 하우스가 완성됐다.
까다롭게 골라 연출한 세련된 내추럴함
스타일 연출을 위해 먼저 벽의 색부터 바꿨다. 새 벽지였지만 패턴이 마음에 들지 않은 데다 바닥과 몰딩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고민 끝에 컬러 선택의 폭이 넓은 페인트를 칠하기로 결정, 컬러칩을 대조해가며 색을 선택했다.
“페인트는 표현 가능한 컬러가 몇 천 가지나 돼서 선택이 폭이 넓어요. 유광과 무광, 정광 등 광택에 따라 느낌이 상당히 다양하죠. 바닥 컬러가 고정되어 있어서 그에 어울리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할 수 있는 화이트를 기본 컬러로 정했어요. 대신 주방 벽은 그레이가 섞인 톤 다운된 블루로 마감했죠. 차분하고 그윽한 느낌을 연출하면서 주방을 돋보이게 해줘요.”
가구도 새로 들였다. 공간에 맞춰 크기와 디자인을 결정한 뒤 간단히 스케치해 홍대에 있는 가구 공방에 맡겨 내추럴한 스타일로 집 안 가구를 통일했다. 이때도 나무와 컬러를 까다롭게 선택했다.
“나무로 만든 가구라고 해도 종류에 따라 컬러와 패턴 질감의 느낌이 달라요. 옹이와 나무 질감이 잘 드러난 뉴질랜드 소나무를 고른 뒤에 샘플을 들고 스테인 회사에 찾아가 칠하면서 조색을 했어요. 덕분에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저만의 컬러로 맞춘 가구를 만들 수 있었어요.”
따스함이 묻어나는 작업실 풍경
화이트 벽에 내추럴한 나무 가구들로 꾸며진 플로리스트의 작업실은 가을 카페의 풍경을 담아낸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 남편과 함께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하는 터라 그런 느낌을 살려 꾸몄단다. 오른쪽 벽에는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오래된 재봉틀과 오픈형 나무 선반장을 배치하고, 왼쪽에는 책상을 놓고 위에 나무 선반을 이중으로 달았다. 문과 마주보이는 창가에는 양쪽에 MDF박스를 쌓고 위에 판을 올려 테이블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사진과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그녀만의 색깔을 담아냈다.
“유리 꽃병과 화분, 마른 꽃들까지 소소한 소품들이 많아요. 나무 소재 가구들이 많은데다 튀지 않는 소재라 함께 어우러져 편안해 보여요.”
플라워 소품들은 고속버스터미널 3층이나 남대문 대도상가에서 구입하지만 생활에서 얻는 것도 꽤 많다. 마시고 남은 음료수 병을 모아둔다거나 산책길에서 발견한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줍는 것도 그렇다. 가을 분위기를 물씬 내주는 솔방울도 떨어진 것을 주어 철제 양동이에 담아두면 그렇게 멋스러울 수가 없다.
꽃과 나무, 그리고 패브릭으로 자연의 느낌을 그대로 집 안에 들인 이혜선 씨의 에코 하우스. 가을이 깊어짐에 따라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 가듯 그녀 집에 깃든 가을빛도 깊이가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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