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6, 2011

예쁘다 재미있다 숨을 쉰다 예술가의 집


두 명의 예술가가 사는 미로 같은 집
초원 위에 그림같이 펼쳐진 집, 그곳에는 두 명의 예술가가 산다. 도예를 하는 황인옥 씨와 서양화가인
박유복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유학시절 친구로 만나 사랑하고 결혼 후 귀국해 신혼살림을 차릴 때만 해도 집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도심의 안락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자연 속의 본연의 삶을 살 것인가.
예술 작업을 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공간이 넓고, 삶의 여유가 있는 자연을 택했다.
그렇게 이곳 무등산 산자락에 자리를 튼 지가 언 20년.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그들의 집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단층짜리 집으로 시작해 그린벨트 규제가 조금씩 풀리고 돈이 모일 때마다 실내 공간을 조금씩 넓혀간 것. 슬레이트로 남편이 그림을 그리는 작업장을 만들고 빨간 벽돌로 아내가 도자기를 굽는 작업실도 마련했다. 언덕이 있는 지형 위에 마련한 게스트룸과 본체를 이어 미로 같은 3층짜리 독특한 집이 생겨났다.

1. 지형을 변형하지 않고 언덕을 그대로 활용해 지은 집. 앞과 뒤의 높이가 달라 색다른 내부 공간이 생겨났다. 드넓은 정원은 잔디를 깔아 여백의 미를 즐긴다.
2. 1층의 작은 방은 아내가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볼 때 활용한다. 오른쪽 벽에 세워진 고목이 고전미를 더한다.
3. 슬레이트로 만든 박유복 씨의 작업실은 앞마당과 게스트룸을 통해 드나든다. 그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한쪽에 마련한 연주실에서 음악을 즐긴다.

다도와 갤러리 공간으로 꾸민 거실

1층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공간은 방을 터서 공간을 넓게 확장한 거실이다. 여러 명이 앉아 함께 차를 즐기기 좋도록 창가 앞에 기다란 나무 테이블을 두고 좌식으로 꾸민 공간. 안주인이 손수 빚은 수많은 도자기와 부부가 운영하는 생활 도자기를 생산하는 인스나인에서 제작한 크고 작은 다기 세트가 그 주변을 채우고 있다. 크기도 들쑥날쑥, 모양도 각기 다른 도기들. 일부는 소반 위에, 일부는 선반 위에, 그리고 바닥에…. 두서없이 늘어놓은 것 같지만 묘하게 어울린다. 도자기와 나무가 주는 편안한 매력이 어우러져 공간을 따뜻하게 채운 덕분이다.
거실의 제일 안쪽 벽면은 마감재를 노출시킨 뒤 화이트 페인트로 칠해 심플하게 연출하고, 천장에 레일 조명을 달았다. 벽에 걸린 박태후 화백의 참새 그림 액자와 남편 박유복 씨의 그림을 걸어놓으니 갤러리가 따로 없다.
“갤러리로 꾸밀 생각으로 일부러 심플하게 공간을 꾸몄는데, 아직 잘 정리하지는 못했어요.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을 위로 올려보내고 앞으로는 좀 더 정돈된 갤러리처럼 활용할 참입니다.”
현관 오른쪽에 있는 작은 방 역시 독특하다. 한쪽 벽면에 금속 소재의 망과 미니선반을 이용해 작품을 진열하고, 한쪽 벽면은 붉은 벽돌을 노출시켜 포인트를 주었다. 한때는 네 식구가 사이좋게 복닥거리며 생활하던 방이었지만 위층으로 침실을 옮긴 뒤로는 작품 보관과 진열 그리고 조용히 책상에 앉아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1층과 2층에 마련된 화장실은 예술의 일상화를 꿈꾸는 부부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블랙 타일 바탕에 중앙에 화려한 꽃그림이 들어간 타일과 투박한 손맛이 느껴지는 도자기 세면볼로 색다르게 꾸민 것.
“예술은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문화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내와 함께 인스나인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일상의 제품과 예술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화장실 벽에 붙인 아트 도자기 타일이 그런 예죠. 예술 분야인 도자기와 회화에 일상의 제품인 타일을 결합시켜 생활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어요.”
생활에서 예술을 향유하고 누릴 때 더 값진 것이 된다는 신념으로
그들은 그렇게 생활 속에 예술을 끌어들이고 있다.

4. 예술의 일상화라는 부부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화장실. 아트 타일과 도자기 세면대 덕분에 색다른 공간으로 변신했다.
5. 화이트 벽을 활용해 갤러리처럼 꾸민 1층 거실. 아내가 만든 도자기 작품과 남편의 그림이 공간을 풍요롭게 만든다.

동서양의 문화가 믹스매치된 게스트룸

계단을 반쯤 올라가면 나타나는 갤러리 문을 열면 좁은 통로를 지나 고풍스럽게 꾸며진 침실이 드러난다. 요즘 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의 침실은 사실 두 부부가 사용하는 공간이 아닌 지인들을 위한 게스트룸. 바닥에 카펫을 깔고 침대를 두었지만 양쪽 벽면을 뒤덮는 커다란 자개 옷장과 화장대, 주물 장식의 반다지를 더해 동서양의 문화를 믹스매치했다. 자개장을 선택한 것이 독특하다고 운을 띄우니 황인옥 씨는 웃으며 자세히 보면 참 오랫동안 손때가 묻은 가구라고 말을 받는다.
“붙박이장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 자개장들은 시집 올 때 혼수로 해온 제품이라 벌써 20년이 넘었어요. 자세히 보면 상한 곳이 참 많은데 그래도 귄이 있어서. 전라도 사투리인데 풀어보자면 마음이 가고, 깊은 멋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더군다나 우리 가족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 소중한 가구니만큼
어디 바꿀 수가 있나요.”
침대 발치의 베드벤치 위에는 거친 느낌의 도자기를 여러 개 올려두고, 바닥에는 고무신을 소품으로 놓아 전통의 미를 살렸다.
창가 쪽에는 한때 안주인의 고운 얼굴을 비추던 자개 화장대와 낮은 장이 쭉 놓여 있다. 그 위에 다양한 도자기와 미술 작품 몇 개를 올렸다. 특별한 디스플레이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방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분위기를 더한다.
반 층 높이를 올라가면 양쪽으로 부부 침실과 아이들 방이 나온다.
부부 침실은 게스트룸과 마찬가지로 자개장과 고가구를 놓아 전통의 느낌으로 연출했다. 그 대신 침대가 아닌 대자리를 깔아 좌식으로 사용한다. 작가 부부의 공간이라기엔 참 소박하다 싶은 느낌이다.
“자리 깔고 바닥에서 생활하는 게 더 좋더라고요. 앞마당으로 창이 크게 나 있어 자고 일어나면 편백나무며 푸른 잔디며 자연이 한눈에 들어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은 그 어떤 그림보다 멋있거든요.”

6. 기품이 깃든 자개장과 반다지, 나무 소재 베드벤치 위에 도기들이 고급 한식호텔을 연상케 하는 게스트룸.  
7. 세련된 새것보다 옛것에 마음이 더 간다는 아내 황인옥 씨의 취향에 따라 부부 침실의 창가도 전통이 물씬 느껴지는 가구와 소품으로 꾸몄다. 
8. 낮은 자개장과 화장대를 배치한 게스트룸 창가. 가구 위에는 직접 만들거나 선물 받은 작품, 지인들과 물물교환한 작품을 놓았다.

가족의 손때로 완성해가는 집 
푸른 잔디와 나무들 사이로 담쟁이덩굴이 늘어진 비밀스러운 입구는 박유복 씨의 아지트. 문을 열고 들어가면 2층 높이의 층고를 가진 커다란 화실이 나타난다. 양쪽 벽면을 장식하는 거대한 그림과 한쪽에 쌓여 있는 그의 작품들이 집과 마당과는 또 다른 예술 세계를 연출하는 듯하다. 게스트룸으로 이어지는 철재 계단 옆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그의 취미를 살린 음악 연습실이 눈에 띈다.
“연습실 벽은 방음을 위해 비닐하우스에 사용하는 재료로 벽을 둘렀어요. 한 번에 완벽하게 지은 게 아니라 여유와 상황이 될 때마다 조금씩 손품을 팔아 만들어서 고급스러운 마감재를 사용하거나 세련된 멋은 없죠. 하지만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인지 집을 꾸미는 데 소재에 대한 제한이 없어요. 그 대신 전체 조화와 조형미 속에서 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박유복 씨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야 거실에서 본 철재 소재의 걸레받이와 작은 방의 철재 망으로 마감된 벽이 이해가 된다. 한계를 두지 않는 그들의 사고 덕분에 집은 더욱 개성 있는 표정을 갖게 되었다.
푸른 잔디가 곱게 깔려 있고, 작은 개울물이 졸졸 흐르는 마당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이 함께 자연의 여유를 만끽하는 공간이다. 처음에 이사왔을 때 4천9백여㎡(구 1천5백평)이나 되는 부지를 가꾸는 일은 버겁게만 느껴졌단다.
“전원생활을 시작하는 건 좋았는데, 초짜들이 겁 없이 너무 넓은 땅에서 시작한 거죠. 지금의 정원으로 가꾸기까지 참 고생이 많았어요. 나무를 너무 빡빡하게 심어 가지를 치거나, 옮기는 일도 다반사. 그렇게 한 십 년쯤 하다 보니 이제는 손에 익어 일이 아니라 생활이 됐어요.”
아내 황인옥 씨는 아이 둘을 키우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원까지 가꾸려니 그처럼 큰일이 없었다고 그때를 회상한다. 그렇게 가꾼 정원은 전문가가 보면 아직 부족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부러운 공간이다. 넓은 정원을 오랜 시간을 들여 가꾸다 보니 나름의 지혜도 얻었다. 푸른 잔디를 넓게 깐 것. 잔디가 푸른 캔버스가 되어 어떤 나무나 식물을 갖다 놔도 서로 어우러져 보이는 정원이 연출되었다.
20년을 넘게 살면서 가꾼 집이지만 아직도 완성은 아니란다. 앞으로 1층을 갤러리로 꾸미고, 위층에 주방을 넓게 만들고, 작업실을 전시실로 활용하고 싶다는 것이 부부의 바람이다. 여러 번의 붓질을 더해 조금씩 작품을 완성해 가듯 그들의 집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완성도가 높아지는 멋진 작품이 되어갈 것이다.   

9. 게스트룸에서 계단을 통해 내려오면 박유복 씨의 작업실로  이어진다. 철골을 꺾어 만든 계단과 탈곡기를 활용한 난로가 색다르다.   
10. 벽돌로 만든 작은 다리와 개울이 정겨움을 더하는 정원. 
11. 자연을 최고의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생각하는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정원에 나와 자연에 잠기는 호사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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