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다실 만들기
다실은 꾸미는 목적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프라이빗한 다도실을 만들 것인지 손님맞이 접대실로 만들 것인지 먼저 결정하도록. 여기에 몇 가지 원칙이 더해진다면 만족스러운 다실을 꾸밀 수 있다.

1. 단순함과 비움이 트렌드
이번 시즌 다실은 장식을 배제한 심플한 공간을 추구한다. 베이지, 브라운, 아이보리, 월넛 등 안정된 톤에 블랙이나 네이비 등의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식. 벽은 화려하지 않고 천장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성인 남자가 손을 뻗었을 때의 높이가 적당하다. 가구나 다기 등은 항상 깨끗한 상태로 정갈하게 준비하고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비움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하는 것이 트렌드.
2. 3~4평 정도면 적당하다
다실의 크기는 3∼4평 정도면 충분하다. 따로 다실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을 경우에는 베란다나 서재의 한 코너, 약 0.5평 정도의 공간만 있어도 가능하다. 차와 다기만 세팅해놓으면 다실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 가능하다면 창문을 통해 밖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좋고, 조촐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소나무 화분이나 꽃 등을 두면 더욱 분위기 있는 공간을 꾸밀 수 있다.
3. 소품은 가급적 최소화한다
다실은 테이블과 다기, 요란하지 않은 화분이나 서화 등으로 심플하게 장식하는 것이 좋다. 다실에 놓인 난이나 꽃 같은 식물은 분위기를 한층 품격 있게 연출해준다. 가구의 톤은 어둡고 다소 거친 스타일이 동양 차에 잘 맞는다. 서양 차는 앤티크한 디자인이나 다소 밝은 컬러의 내추럴 가구가 잘 어울린다. 천연직물의 내추럴한 질감이 매력적인 테이블 러너를 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

4. 간접 조명을 이용해 따뜻한 분위기 연출
훌륭한 ‘행다’(行茶)란 다실의 유무가 아니라 차를 소박하고 검소하게 즐길 수 있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값비싼 고가구와 보기 좋은 다기로 화려하게 꾸민 방보다는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늑한 공간이 더욱 좋다.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스탠드 보조등 등의 간접조명이나 향초 하나 정도는 필수. 사람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조명의 밝기는 100룩스 정도로, 간접 조명 정도의 밝기라고 보면 된다.
5. 좌식과 입식으로 꾸미는 다실
유교적인 성향과 일본 풍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다실은 아직까지 좌식 형태의 다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20~30대 신혼부부들을 중심으로 입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 40~60대의 경우 바쁜 현실에서 벗어나 달콤한 휴식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좌식을 추구하는 반면, 20~30대의 경우는 공간 자체를 즐기며 하나의 유행처럼 즐기려는 경향이 있어 입식으로 된 공간을 선호하는 편.
차를 아는 사람들의 다실
차를 직업으로 삼아서, 차 마시는 게 좋아서,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서…. 여기, 저마다의 이유로 다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옛 전통 방식을 그대로 담은 한옥집 다실부터 베란다 공간을 활용한 입식 다실까지, 따라하고 싶을 만큼 예쁜 다실을 구경하자.
차 연구가 김현숙
여백의 미를 살린 한옥 다실
한옥마을인 서울 종로 삼청동에서도 예쁘기로 소문난 한옥집 ‘올물’은 차 연구가 김현숙 씨가 차를 공부하고 즐기는 다실로 만든 곳이다. 다실은 우리 문화를 전수하는 공간이기에 옛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싶었다. 천장과 가까운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은은하게 방을 비추고, 툇마루로 깐 바닥에 서까래 천장도 옛 한옥 모습이다. 한복 차림으로 정성스레 차를 준비하는 그녀를 바라보니 마치 조선시대로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김현숙 씨에게 차를 마시는 공간은 단순히 차를 즐긴다는 개념을 넘어 옛 전통을 따르고, 자기 스스로를 수행하게 만드는 공간이란다. 한 잔의 차를 위해 물을 끓이고 찻물을 우리는 일련의 과정은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면서 멈춤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녀의 다실|
1. 최대한 미니멀하게 꾸미다
사방 벽을 창호지로 시공했고, 천장은 성인 남자가 손을 뻗은 높이 정도가 안정감을 준다. 창문은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천장에 가깝게 달아 화이트 톤의 차분한 공간, 즉 비움의 미학을 실현했다. 소품이나 가구를 가급적 자제하고 꽃 한 송이로 포인트를 주었다.
2. 곳곳에 다기를 배치하다
손님 맞는 곳으로, 다도를 배우는 곳으로 사용하다 보니 곳곳에 예쁜 다기들이 배치되어 있다. 손님이 오면 바로 차를 낼 수 있다.

1 손님이 오면 늘 한복 차림으로 정성스레 차를 준비하는 김현숙 씨. 2 화려한 패턴의 식기들. 장식용이지만 선물하거나 판매하기도한다. 3 곳곳에 배치된 옛스러운 다기들은 한옥과 잘 어울린다.
그녀가 사랑하는 차 | 야생차 | 자연적으로 돋아나는 순 야생차로 맛이 순하고 은은하고 담백하다. 9번 덖어도 잎이 허물어지지 않고, 여러 번 우려내도 그 깊은 맛이 변하지 않는다. 좋은 차는 마시고 나면 입 안에 오래도록 단맛이 머물고, 향기롭다.
한복·전통포장연구가 이희숙
전통 소품으로 꾸민
소박한 다실
한복 디자이너이자 전통포장연구가인 이희숙 씨는 손재주가 야무지다. 보자기 포장은 물론 집 안 곳곳에 배치된 전통 소품들은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쳤는데,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손맛 야무진 그녀는 차를 내는 솜씨도 기막히다. 보이차를 정성스레 준비하는 그녀의 우아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따뜻함까지 느끼게 한다.
직업상 사람들을 자주 마주하다 보니 함께 차를 나누고, 커피 마시는 일을 좋아하는 그녀는 집에서도 찻잔을 놓지 않는다. 거실 한편에 따로 티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입식 형태의 다도 공간을 만들었는가 하면, 손님이 오면 소반을 꺼내 바로 다실을 만들기도 한다. 고가구에 보자기 하나로 포인트를 준 다실. 소반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즉석에서 다실이 만들어진다.
|그녀의 다실|
1. 패브릭·가구를 비슷한 컬러로 통일
이희숙 씨의 집은 전체적으로 베이지, 브라운 컬러 계통이라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집안 곳곳에 차를 즐기기 좋은 공간이 많다. 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커튼, 이불, 러너까지 거의 무채색에 가깝게 스타일링한 것이 특징이다.
2. 소반 하나로 이동형 다실 완성
거실에 긴 테이블을 두긴 했지만 오픈된 공간이라 손님에 따라 그때그때 차 마시는 공간을 연출하기로 했다. 이동이 용이한 소반 하나에 방석만 있으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차를 즐길 수 있기 때문.

1 어려서부터 차를 좋아했다는 이희숙 씨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차를 즐긴다. 2 미니 카페트 위에 의자와 테이블을 두어 입식 다실을 완성했다. 3 긴 나무 테이블 위에 손수 만든 패브릭과 다기를 세팅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차 | 보이차 | 맛과 향기가 커피와 비슷해 처음 차를 마시는 손님들도 좋아한다는 보이차를 아침, 저녁으로 마신다. 몸이 차가운 편이라 따뜻하게 보해주는 발효차를 좋아하는데, 3~4년 정도 숙성된 보이차 맛이 최고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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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김은혜 기자 사진 김세영, 정현석, 신승희 도움말 윤석민(윤공간디자인 대표), 범승규(디스퀘어갤러리 수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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