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6, 2011

건축가 이형호 자연을 담은 운계리 전원주택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집
오랫동안 꿈꿔왔던 집에 살게 되는 것, 손바닥만 한 땅도 소유하기 힘든 서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강원도 원주 시내에서 벗어나 한참 동안 좁은 길을 따라 꼬불꼬불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는 운계리, 구름과 계곡이 아름다운 이 동네 가장 높은 곳에는 자연을 닮은 이층집이 자리 잡고 있다. 부드러운 능선의 산이 집 주변을 병풍처럼 감싼 모습이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주는 이 집에 살고 있는 이는 올해로 결혼 30년차인 김경남·심형금 부부.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아내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다 마침 몇 년 전 전원생활을 위해 사놓았던 이 공간이 생각나 집 짓기에 착수했다는 남편과 그런 남편의 큰 사랑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애교 넘치고 사랑스러운 아내의 모습이 집 전체를 한층 따스하게 만든다. 사실 집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주에서 건축업을 하는 김경남 씨는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오랫동안 꿈꿔온 집을 만들어주기 위해 여러 명의 건축가를 만났다. 그러던 중 아내가 평소 좋아하던 치악산의 명소 카페 ‘소롯길’을 지은 건축가 이형호 씨와 인연이 닿았고, 한 번의 미팅으로 마음이 통해 이 집을 짓게 된 것. 순수 미술을 하다 집을 짓게 된 나무TM의 이형호 대표는 집을 지을 때도 그림을 그리듯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것으로 유명한 건축가다. 설계부터 시공, 가구 고르기와 문고리 등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부부와 의논해 집을 완성시켰고, 그 결과 부인 심형금 씨의 마음에 120% 드는 이층집이 만들어졌다.

1 집 뒤편 산의 능선과 잘 어우러지는 집의 외관. 남향으로 창이 시원하게 나 있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2 둘만의 생활로 제 2의 신혼을 살고 있는 김경남·심형금 부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로맨틱한 생활을 하고 있다. 3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좌측 공간에서 바라본 집. 집 옆으로 난 작은 쪽문을 통해 바로 산이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벽을 세웠다. 4 마을로 내려가는 오솔길. 부드럽게 굽이치는 모습이 아름답다. 집과 멀지 않은 곳에 부부를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되는 빨간 벽돌집이 위치해 있다.

사람을 배려하고 자연을 받아들이는 집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것은 주방. 보통의 집이 현관문을 열면 거실로 이어지는 것과 다르게 바(bar) 형식의 아일랜드 식탁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집 안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주부를 배려한 것이다. 집 구조 자체가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오픈된 구조라 일단 집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들어오자마자 편히 앉아 집주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주방 왼편으로는 손님들을 위한 게스트 룸이 자리 잡고 있다. 1층이 주인의 보금자리이고 2층을 게스트 룸으로 꾸미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집은 반대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집을 지을 때 함께 만든 연못을 보며 생활하고 싶다는 소망이 컸기 때문이라고. 침실의 통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고 한다.
주방 오른쪽에 위치한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부부만의 공간이 나온다. 침실과 작은 거실로 이뤄진 2층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자갈이 깔려 있는 옥상 마당. 조약돌을 직접 주워다가 깔아놓고 맨발로 밟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일 뿐 아니라 고개를 들면 맞은편 산의 능선을 바라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옥상 마당에는 대(大)자로 누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평상도 마련돼 있다. 집 안 구경을 끝내고 집 밖으로 나오니 그곳 또한 절경이다. 집 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잔디마당에서는 두 아들을 장가보낸 부부가 아이처럼 기르고 있는 강아지 두 마리가 뛰놀고 있다. 빨간 우체통을 지나면 마을로 내려가는 우아한 곡선의 오솔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빨간 벽돌로 지어진 집이 하나 있는데, 마음씨 좋은 부부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묵어갈 수 있도록 만든 게스트 하우스라고. 그러고 보니 집 안 곳곳 손님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 다양하다. 1층 게스트 룸을 제외하고도 여럿이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다. 천장을 막아 비나 눈이 와도 문제없게 만들었다. 항상 주변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는 부부의 마음이 집 전체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따스함을 더해주고 있다.

1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바 형태의 아일랜드 식탁. 둥근 달을 연상시키는 조명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2 2층 작은 거실을 지나면 옥상 마당이 나온다. 바닥에는 조약돌을 깔고 평상을 둬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3 집 옆면에 위치한 쪽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산의 모습이 약간은 무서운 느낌이라는 주부의 말에 가벽을 새우고 지붕을 올려 창고로, 바비큐를 할 수 있는 모임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4 2층에 위치한 부부침실. 잡다한 장식 없이 심플한 느낌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5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겸 게스트 룸의 모습. 미닫이문을 달아 주방과 분리가 가능하다.

건축가 이형호가 직접 말하는 ‘살기 좋은 집’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회화 작품 활동을 해왔던 이형호 씨가 건축의 길로 들어선 것은 직접 살고 싶은 집을 만들면서부터다. 지금은 상업공간이 된 치악산의 ‘소롯길’이 바로 그것. 자연과 벗 삼아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집을 지으려고 했지만 그의 생각과 맞는 건축가를 만나지 못해 스스로 디자인을 하고 자재를 구해 오랜 기간에 걸쳐 집을 완성했다고. 그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집이란 사는 사람의 마음이 편안한 것이 첫째, 가능한 한 그 주변의 재료를 사용해 주변 환경에 녹아 들어가는 것이 둘째다. 자연의 혜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집을 짓는 것, 어떤 고급 자재로 호화스럽게 지은 집도 이렇게 지은 집을 따라 올 수 없다고 한다. 시간이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오직 우리나라에서 나는 자재만으로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는 무공해 주택을 짓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행보가 궁금하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