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이사는 힘들다기보다 항상 즐겁고 설레는 일이었어요. 이사에 대한 첫 기억도 마찬가지죠. 온 가족이 함께 새벽부터 일어나 땀 흘리며 짐을 포장하고 날랐지만 친척들과 이웃들이 함께 거들어준 덕분에 이벤트 같았거든요. 커다란 솥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김치찌개를 끓여서 손님들께 대접했던 기억도 나요. 박스 위에 신문지 몇 장을 깔고 함께 모여 먹던 밥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죠. ‘새집에서는 다 잘될 거야’, ‘나쁜 일은 없고 좋은 일만 있을 거야’라는 따뜻한 덕담들 속에 서로의 정을 느낄 수도 있었어요. 새집으로 이사한 날은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자는 날이기도 했어요. 종일 이사를 하느라 방 하나만 정리됐기 때문이죠. 평소 털이 날린다고 함께 잘 수 없었던 강아지까지 한 방에서 이사 첫날밤을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집으로 옮겨올 때도 온 가족이 즐겁게 이사를 준비했어요. 이사하기 전 새로운 동네를 산책하고 저녁을 먹으며 이곳에서의 삶을 그려봤죠. 조카에게 이사 후에 집을 예쁘게 정리한 뒤에는 함께 파티도 하고 미니 풀장을 만들어서 물놀이도 하자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어요. 새집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책도 많이 읽는 그런 생활을 즐길 생각도 했고요.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나니 조금은 낯설었던 동네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이사가 기대됐답니다.
사람들은 이사를 귀찮고 번거로운 일로 생각하지요. 수많은 짐을 싸고 옮겨 다시 풀어가며 익숙한 삶의 터전을 바꿔야 하니까요. 하지만 달리 보면 이사는 인생에 있어 몇 번 찾아오지 않는 변화의 기회잖아요. 인생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 변화가 필요할 때 이사는 그 변환점이 되어줄 수 있는 좋은 일이니까요. 새로운 삶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 기회를 다른 사람의 손에 다 맡긴다는 건 아쉬운 일이 아닐까요?
올봄에 계획하는 이사는 좀 더 즐겁게 준비해보세요. 포장이사라고 해도 이사하기 6~8주 전부터 이사 계획을 세우고 짐을 정리하며 주체적으로 이사를 진행하는 겁니다. 새로운 동네를 미리 찾아가 어떤 삶을 살면 좋을까를 그려보는 것도 즐거운 과정이지요. 이사를 즐긴다는 마음을 갖고 조금 서둘러 준비하다 보면 이번 이사는 행복한 이사의 시작이 되어줄 겁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진석의 이사 노하우
공간별로 짐을 포장한다 물건을 기억할 때 거실에 있던 전화기와 같이 어느 공간에 있는 물건으로 기억하게 된다. 이를 무시하고 식기와 옷, 책 등 물건별로 포장하면 나중에 짐을 정리할 때 불편할 뿐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 몰라 한참 찾게 된다. 침실, 거실, 주방, 아이방, 욕실 등 공간별로 상자를 만들어 짐을 정리하고 겉면에 라벨링을 한다. 책과 같이 부피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은 작은 상자에 나눠 담아야 옮길 때 무리가 없다.
새집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계획한다 새로운 집을 어떻게 꾸밀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그곳에서 어떤 식으로 생활할지를 먼저 고민한다. 새집에서는 좀 더 요리를 즐긴다거나, 티타임의 여유를 갖는다거나, 책을 열심히 읽는다는 등의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필요한 공간과 스타일이 무엇인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잡지나 이미지를 검색하고 인테리어를 기획해야 살면서 편한 집,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집이 된다.
2주 전 집을 대청소한다 청소를 하면서 따로 챙겨야 할 중요한 물건 중 빠진 것이 없는지 더 이상 버릴 물건은 없는지 확인한다. 이때 냉장고도 꼭 확인할 것. 냉장고 속을 정리해 버릴 것은 버리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이사 전에 다 먹도록 한다. 판매할 물건이 있다면 바빠지기 전에 처분해 현금화하면 짐도 줄어들고 이사 비용도 보탤 수 있다.
거울이나 액자는 바닥에 두지 않는다 포장한 큰 거울이나 액자는 두께가 얇기 때문에 바닥에 깔려 있어도 잘 티가 나지 않는다. 그 위로 이삿짐이 오가거나 사람들이 밟을 경우 제품 손상은 물론 부상의 위험도 있다. 바닥에 두거나 엎어두지 말고 따로 챙겨 사고를 예방한다.
공간에서 컬러를 최대한 뺀다색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집이 어수선하고 복잡해 보인다. 우선 벽과 천장과 같이 넓은 공간에 사용할 메인 컬러를 정한 다음, 가구의 컬러나 톤을 통일시켜 색의 수를 최대한 줄인다. 소품 역시 마찬가지로 컬러가 다양하면 오히려 포인트 효과가 떨어지고 지저분해 보이기 십상. 버리기 아까운 소품이라면 한 가지 컬러로 색칠한 뒤 한데 모아두면 훌륭한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다.
벽지로 멋을 내지 않는다해당 벽에 벽지 샘플을 대본다. 빛이 드는 정도나 각도에 따라 벽지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눈높이에 맞춰 확인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런 다음 전체로 붙여진 모습을 상상하면 벽지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 패턴이 화려하고 컬러가 강렬한 벽지는 가급적 피한다.
가구 구입 시 스타일과 크기를 꼼꼼히 살핀다 가구는 쉽게 바꿀 수 없는 아이템이므로 의자 하나를 사더라도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디자이너 가구처럼 잘 만든 좋은 디자인 가구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두루 잘 어울린다. 가구에도 유행이 있으므로 본인의 취향에 맞는 시대의 가구를 찾은 다음 그 시대 특성과 개성을 잘 표현해낸 가구를 고른다. 반드시 줄자로 크기를 재서 필요한 공간에 맞는지를 확인한다. 방보다 너무 크거나 작으면 사용이 불편해 가구의 가치가 떨어진다.
미리 도면을 확인해 배치를 결정한다 포장이사라고 해도 미리 어느 위치에 어떤 짐이 들어갈지 정확하게 계획해야 짐을 두 번 옮기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관리사무소나 전 주인에게 도면을 미리 받거나 직접 공간을 대략적으로 스케치해보는 것도 좋다. 냉장고, 세탁기, 가구 등 구조에 큰 영향을 주는 짐들은 크기를 고려해 위치를 미리 정하고 이사할 때 원하는 위치로 정확하게 이동을 요청한다. 좀 더 정확한 느낌을 알려면 가구의 크기를 잰 다음 종이에 도면 비율과 맞춰 그린다. 가구 그림을 자른 다음 도면에 놓고 위치를 옮겨가며 배치를 계획하면 보다 손쉽게 원하는 공간을 꾸밀 수 있다.
Step1 이사 날짜 정하기 이사에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다. 비수기에는 주말이나 휴일, 매월 말일은 15일 이전에, 평일은 10일 이전까지 예약한다. 그러나 성수기에는 이사가 많아 최소 한 달 반 전에 이사 업체와 계약을 완료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주말이나 휴일이 평일에 비해 5만~10만원가량 더 비싸며 오전 시간이 오후에 비해 5만원가량 가격이 비싸다.
손실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손 없는 날은 다른 날에 비해 대략 10만원가량 비싼 데도 이사가 많이 이뤄지므로 한 달 전에 예약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Step2 이삿짐 줄이기 이삿짐은 짐의 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므로 견적을 받기 전 미리 처분할 수 있는 짐들을 정리한다. 새집에서는 필요 없지만 사용 가능한 제품이라면 판매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생활자원재활용협회(www.recycle.or.kr)에 안내된 지역 재활용 센터로 문의해볼 것. TV나 VTR, 오디오, 세탁기, 가스레인지, 냉난방 용품, 컴퓨터, 옷장, 소파, 식탁 등의 가전과 가구 등 판매 가능한 제품은 직원이 방문해 물건 상태를 확인하고 물건 값을 치른 뒤 무료로 수거해 간다.
아름다운 가게(www.beautifulstore.org)에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방법도 있다. 지역에 위치한 아름다운 가게에 직접 가지고 가거나 1577-1113번이나 홈페이지로 기증 신청하면 단체에서 방문하거나 무료 택배로 제품을 수거해 간다. 제품은 손질한 뒤 판매되며 그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 바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면 딱지를 사서 미리 폐기 처분하는 것도 짐을 줄이는 방법이다.
Step3 이사 종류 결정하기 싱글족처럼 이삿짐이 적다면 일반 이사를 이용할 수 있다. 직접 포장을 해서 이사 업체에 짐만 옮기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포장이사는 짐의 포장과 운반, 정리까지를 책임지는 것으로 가장 흔하게 이뤄지는 이사다. 일반 이사에 비해서 대략 20%가량 비용이 비싸다. 고가품이 많다면 포장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고급 이사를 고려해볼 만하다. 일반 이사에 비해 40% 정도 비용이 비싸지만 고급 포장재와 인력을 투입해 짐의 손상이 적어 염려가 없다.
이사 일정이 맞지 않을 경우는 보관 이사를 해야 한다. 짐을 빼서 컨테이너에 보관한 뒤 새집으로 이사를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사를 2번 하는 경우로 간주 해 2회 이사 비용에 보관료가 따로 붙는다. 보관료는 일주일, 한 달, 6개월 단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화분과 같이 따로 관리가 필요한 것은 옵션이 붙어 비용이 추가된다.
Step4 이사 견적 신청하기 기분 좋은 이사는 어떤 이사 업체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이삿짐 업체의 홈페이지도 둘러보고 레몬테라스(cafe.naver.com/remonterrace.cafe)나 살림이스트(salimist-club.cyworld.com)와 같이 주부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곳에서 입소문을 체크하며 꼼꼼하게 선정하는 것이 좋다. 이사 업체를 선정할 때는 전국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협회(www.kffa.or.kr)를 통해 허가된 이삿짐 업체인지를 먼저 확인한다. 허가된 업체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사무실을 갖추고 있고 5백만원 이상의 피해보상 이행보증보험에 가입했으며 2명 이상의 전문 상용 인부가 고용되어 있는 업체를 말한다. 반면 무허가 업체의 경우 개인 화물차를 소유하거나 차량 없이 일용직 인부만 보유하고 있다. 이사 속도나 서비스뿐 아니라 피해가 생겼을 때 보상에 대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으므로 반드시 허가된 업체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사 견적은 업체를 3~4곳 정도 선정해 반드시 방문 견적을 신청한다. 짐의 종류와 무게, 부피, 운송거리, 사다리차 사용 여부 등에 따라 견적 금액이 달라진다. 조립식 가구, 피아노, 금고, 돌침대, 대형 냉장고, 비데, 정수기, 샹들리에, 외제 가구 등은 추가 금액이 붙는다. 무겁거나 부피가 커서 이동하기 어렵거나 분해나 재설치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평수와 대략적인 짐의 내용만으로 견적을 받을 경우 이사 시 짐의 양을 이유로 웃돈을 얹어 달라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반드시 방문 견적을 받는다.
Step5 업체와 계약하기 이사 견적 금액을 살펴보면 브랜드에 따라 많게는 1.5~2배까지도 비용 차이가 난다. 이때 단순히 가격만 보고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몇 톤 트럭이 몇 대가 오는지, 일하는 인부는 남녀가 몇 명이며 숙련된 전문가인지 등의 조건에 따라 이사 시간과 만족도가 달라지므로 조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 외 에어컨 탈부착과 고층 사다리차 사용, 분해장의 분해조립과 같은 옵션 비용도 확인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인지,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지까지 따져보고 견적을 비교한다. 고가 제품이 걱정된다면 해당 브랜드의 비용이 따로 들더라도 A/S 센터를 통해 안전하게 분리하고 설치하는 것이 낫다.
저렴한 비용 외에도 브랜드만 보고 덜컥 계약을 하는 것도 주의한다. 동네 이삿짐센터와 같이 영세한 곳에서 브랜드 이름을 빌려 운영하는 곳들이 많아 기대했던 수준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브랜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은 보통 ‘실명제’라고 말하는 곳으로 가격이 더 비싸지만 그만큼 전문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업체를 결정했다면 관인 계약서를 사용해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한다. 상담을 하며 구두로 추가한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빠짐없이 서면에 기재를 요청해 확인을 받아둔다. 포장의 유무, 곤돌라와 사다리 장비 사용, 작업 인원수, 작업 시간, 파손 유의품, 계약금 및 잔금 지불 방법, 추가 비용 및 부대 작업에 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또 사업자의 대표자, 견적을 낸 사람, 작업반장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함께 기재한다. 문제가 생길 시 보상규정에 대한 내용도 서면으로 정확하게 받아둔다.
Step6 이사하기 귀중품은 따로 챙겨두고 가구나 가전제품 등의 흠집을 미리 체크해둔다. 이사 당일에는 미리 주의해야 할 이삿짐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고 이사 현장을 지킨다. 새집의 짐은 추후에 옮기는 번거로움이 없도록 어떤 위치에 어떻게 놓는지 정확하게 알린다. 이때 콘센트의 위치를 확인해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인부들의 점심값이나, 목욕비 요구로 난감해질 때도 많다. 남은 이사에 지장을 줄까봐 걱정이 돼서 마지못해 돈을 주게 된다. 만일 계약 시 웃돈을 받지 않는다고 사전에 얘기가 된 뒤 계약서에 남겨두었다면 이후에 업체에 연락해 환불받을 수 있다.
이사가 끝난 뒤에는 책임 반장과 함께 가구나 전자제품이 새로 손상된 곳이 없는지 사라진 물건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문제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책임 반장에게 확인시키고 날짜와 서명을 받아둔다. 뒤늦게 문제를 발견했다면 15일 이내에 A/S를 요청하고 사고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물건이 훼손된 경우 수선은 기본이며 불가능할 경우 일정 기준으로 산정한 손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물건이 사라진 경우도 일정한 기준으로 산정한 손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때 짐이 연착되었을 경우 시간에 따라 배상 금액이 더 커진다. 만일 업체에서 보상을 회피하면 시·도 운송알선조합이나 구청의 교통 지도과나 지역 민원실 및 소비자상담센터(1372) 통해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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